장혜림작가는 1990년 미국으로 유학하여 그곳에 자리를 잡고, 낯선 타국이라는 어려운 환경에도
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려온 열정의 화가이다. 초기에는 세계 공용 회화라 할 수 있는 현대 회화를 즐겨 그렸으나, 자신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한국미술에 대한 애정과 소중함 등을 차츰 자각하게 되면서 한국성을 지닌 그림을 적극적으로 그리기 시작하였다. 후기모더니즘 시대의 도래로 세계가 하나로 돼 가면서 각 지역의 문화적인 특성은 더욱 중시되었다. 장혜림의 한국성은 단순히 지역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포스트모던적인 세계화에 부합되는 것으로서 그의 작품은 현대성과 한국의 문화 미술적 정체성이 공존하는 수준 높은 것이라 할 수 있다. 이런 부분은 그의 작가 노트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.
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. 추운 느낌 한 점 없는 하얀 목화송이 같은 눈송이만 삭막한 대지를 덮고 있었습니다. 눈 내리는 창밖은 바로 오래 전에 잃은 저의 유년시절 고향, 겨울 풍광을 연상시켰습니다.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며, 먹잇감을 찾아 인가(人家)로 내려온 노루 두 마리(암수인 듯)가 점점 크게 보였습니다. 저는 곧바로 소묘를 했으며, 이때 동양화·산수화 ‘사의성’의 의미와 ‘작가의 사의성 표현 방법’을 어설프게나마 체득하기 시작하였습니다. <작가노트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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